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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처리]버스운전기사에게 발병한 “악성림프종”이 업무상 연관성

산재박영일노무사 2009. 5. 24. 10:38
 
대법원 2005. 7. 29. 2005두535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판결요지】
원고가 어느 정도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여겨지나, 의학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악성림프종의 발병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지지는 않았고, 버스 배기가스를 일반인보다 많이 흡입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대부분 운전대기를 하는 동안에 한정되며 인체의 다이옥신 섭취경로와 악성림프종의 버스운전사에게 특별히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이 흡입한 배기가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이 되었다거나 이미 발병한 악성림프종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시켰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 사 자】원고(상고인), 하○영 피고(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 문】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원심판결】서울고법 2005. 5. 11. 선고 2004누9069 판결

【주 문】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1. 처분의 경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가. 원고는 1995. 9. 1. 주식회사○○고속건설에 운전기사로 입사하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거리 노선의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업무를 하여 왔다.

나. 원고는 2002. 7. 말경 복통이 일어 십이지장궤양의 진단하에 치료를 받고 같은 해 8. 말경 다시 복통이 일어 급성복막염 의증의 진단하에 같은 해 9. 8. 개복수술을 받았는데, 그 수술 중 악성림프종(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이 발견되었다.

다. 그리하여 원고는 2003. 4. 22.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3. 5. 19.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2. 불승인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2001. 5.부터 전국 각 도시로 지정차량을 운행하는 이른바 전국구기사로 근무하면서 소정 근무일수 월 20일보다 많은 월 평균 24~25일씩 근무를 하고 월 평균 12회 이상 심야운행을 하는 등으로 과로를 한데다가, 업무수행 중 다이옥신 성분이 포함된 배기가스를 흡입하여 옴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되었으므로, 이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나. 인정사실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 4호증의 각 1, 갑 제13호증의 각 기재, 증인 박○철의 증언,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장, 원자력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업무내용, 근무상황
(가) 주식회사○○고속건설 소속 운전기사의 근무형태는 차량 1대 2조, 차량 2대 3조, 차량 3대 5조로 교대근무를 하거나 지정된 차량이 있어 매일 노선배정을 받아 그에 따라 운행을 하는 이른바 전국구 방식이 있는데, 원고는 입사이후 2001. 4. 말까지 차량 2대 3조 형태의 교대근무를 하여 오다가, 2001. 5.부터는 전국구기사로 근무하여 왔다.

(나) 교대근무기사나 전국구기사의 근무일수는 월 20일을 만근으로 잡는데 원고는 전국구기사 근무를 하면서부터 월 평균 24~25일 정도 근무를 하였고, 밤 10시 이후에 출발하는 심야운행을 2002. 5월에 10회, 6월에 13회, 7월에는 12회 하는 등 다른 기사들에 비하여 많은 심야운행을 하였다.

(2) 건강상태
원고는 1997. 경희대학교병원에서 5, 6년전에 결핵을 앓았다가 자연 완치되었다고 진단한 것 외에는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전까지 건강상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3) 의학적 소견
(가) 악성림프종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조직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조직학적으로 크게 호지킨(Hodgkin)림프종과 비호지킨(Non-Hodgkin)림프종으로 구분하는데(대부분 비호지킨림프종이다), 원자력병원에서는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을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진단하였다.

(나) 악성림프종의 발병원인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면역결핍증, 바이러스나 헬리코박터 같은 세균감염, 발암물질{Diphenylhydantoin(백색의 분말 극약), 다이옥신 등}, 방사선 노출, 항암제 치료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의학문헌상으로는 1983. 영국에서 버스운전사에게 일반인에 비해 악성림프종의 빈도가 증가한다고 보고가 1건 있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가 아니었고 그 후속보고도 없었으며, 대표적인 외국의 종양학 교과서에는 악성림프종의 발병이 증가되는 직업군으로 농부, 용접공, 제재소인부 등이 기술되어 있을 뿐 버스운전사에 대한 기술은 없다.

(다) 악성림프종을 발병시킬 수 있는 원인물질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다이옥신은 자동차배기가스에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의 대부분은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되고 자동차배기가스에서 발생되는 비중은 그에 비하면 매우 낮으며(미국에서는 도시쓰레기, 병원쓰레기 등의 소각시 배출되는 것이 약 98.8%이고 디젤자동차배기가스에 의한 것이 약 1.03%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사람이 다이옥신을 섭취하는 경로는 97~98%가 음식물을 통하여 호흡을 통한 섭취는 2~3% 정도이다.

(라) 일반적으로 과로 또는 스트레스에 의하여 악성림프종이 발병하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볼 의학적인 근거나 보고는 없다.

다.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그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고, 입증의 방법과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가 추론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지만, 이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에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두12137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전국구기사 근무와 심야운행을 하면서 어느 정도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여겨지나, 의학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지지는 않았고, 원고가 버스 배기가스를 일반인보다 많이 흡입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대부분 운전대기를 하는 동안에 한정되며 인체의 다이옥신 섭취경로와 악성림프종의 버스운전사에게 특별히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이 흡입한 배기가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이 되었다거나 이미 발병한 악성림프종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시켰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전제에 선 피고의 불승인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의 불승인처분이 위법하다 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판사 김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