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4. 10. 15. 2004두7962 유족 급여 등 부지급 처분 취소
【판결요지】
망인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일용인부로서 식재작업을 할 때에는 물을 주는 업무를 담당하였으나, 식재할 나무의 굴취와 상ㆍ하차 등의 힘든 작업은 다른 인부들과 동일하게 하였던 점,
뇌출혈이 발병하기 전 외지에서 숙박을 하는 등으로 인하여 피곤이 누적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사망하기까지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81일분에 해당하는 노임을 받지 못하여 생활비가 부족하여 상당한 곤란을 겪었던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업무상의 과로ㆍ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존질환인 고혈압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됨으로 말미암아 뇌출혈이 유발ㆍ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당 사 자】
원고(피상고인) : 이○순
피고(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7. 1. 선고 2003누10734 판결
【주 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1. 12. 2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 망 송○영은 소외 ○○산업 주식회사로부터 안성 유무상통마을 실버타운 신축공사 중 조경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도급받은 소외 주식회사 ○○조경(이하 ○○조경이라 한다) 소속의 일용직 조경인부로 근무하던 중 2001. 7. 4. 08:40경 선행사인 우측기저핵 거대 뇌실질출혈, 뇌실출혈, 중간선행사인 뇌부종, 선행사인 연수마비,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1. 12. 26. 망인이 업무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이 기존질병인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조경작업의 보조작업자로서 주로 식재한 나무에 물을 주는 관수(灌水)작업을 수행하였는데,
2001. 5. 8.부터 같은 해 6. 8.까지 심한 가뭄이 계속되어 하루도 쉬지 않고 무리하게 관수작업을 수행하였으며, 특히 사망 직전인 같은 해 6. 26.부터 같은 달 29.까지 사이에는 공사기간이 촉박하여 귀가도 못한 채 무더운 날씨에 이 사건 공사현장과 식재할 조경수가 재배되고 있는 충남 광천의 농장을 오가며 관수작업 이외에 조경수의 굴취, 운반, 상ㆍ하차, 식재작업을 아울러 수행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경으로부터 제때에 노임을 지급받지 못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러한 업무상의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존질환인 고혈압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됨으로 말미암아 뇌출혈이 유발ㆍ악화되어 사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 사실
(1) 망인의 경력, 업무 내용 및 근무 환경
(가) 망인은 사망하기 약 6~7년 전인 1994~1995년경부터 조경공사현장에서 일용직 조경인부로 근무하여 오다가, 1998년부터 2000. 9.경까지 ○○조경의 일용직 조경인부로 근무하였으며, 같은 달 무렵부터 일시적으로 다른 조경회사의 조경공사현장에서 근무한 후, 2001. 2.경부터 다시 ○○조경의 일용직 조경인부로 근무하였다.
(나) ○○조경은 이 사건 공사현장을 비롯하여 서울 은평구립도서관 신축공사현장, 대전 아너스빌 신축공사현장 등지에서 조경공사를 시공하기도 하고, 서울 소재 샘스 빌딩의 조경을 관리하여 주기도 하였으며, 서울 수색에 있는 가식장(假植場)에서 조경공사에 사용할 조경수를 임시로 재배하기도 하였는데, 이 사건 공사의 공사기간은 2001. 4. 2.부터 같은 해 6. 30.까지로 되어 있었다.
망인은 서울 은평구립도서관 신축공사현장, 샘스 빌딩 및 수색 가식장에서 작업할 때에는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였으나, 이 사건 공사현장 및 대전 아너스빌 신축공사현장에서 작업할 때에는 거리가 먼 관계로 ○○조경에서 제공하는 공사현장 근처의 여관 등지에서 숙박을 하면서 작업하였다.
(다) 망인은 ○○조경에서 인부들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있을 경우 출역(出役)하여 통상 휴게시간 2시간을 포함하여 동절기의 경우 08:00경부터 17:00경까지, 하절기의 경우 08:00경부터 18:00경까지 일하였는데, 굴취, 운반, 상ㆍ하차 작업은 다른 인부들과 같이 하였고, 식재작업을 할 때에는 관수작업을 주로 수행하였다.
(라) 망인은 일용직 인부였으므로 개인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쉴 수는 있었지만 일당을 받는 인부가 작업일정에 차질을 주면 다음 일거리를 얻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에 일이 없거나 비가 와서 일을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쉴 수는 없었다.
특히 일이 몰리는 5월과 6월에는 거의 쉬는 날 없이 일을 하였는데, 망인은 2001. 5.에는 2일 휴무하고, 29일 근무하였으며, 근무일 중 7일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작업하였고, 같은 해 6. 1.부터 뇌출혈로 쓰러진 같은 달 29.까지는 8일 휴무하고, 21일 근무하였으며, 근무일 중 6일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4일은 대전 아너스빌 신축공사현장에서 각 숙식을 하면서 작업하였다.
(마) 망인은 2001. 6. 25.에는 휴무하였으며, 같은 달 26.에는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출근하여 같은 날 08:00경부터 17:00경까지 관수작업을 마치고, 곧바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 식재할 조경수를 가져오기 위하여 소외 박○순 등 인부 4명과 함께 위 박○순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소외 김○영이 운영하는 충남 광천의 농장으로 이동 같은 날 22:00경 도착하였다.
망인은 그곳에서 취침한 후 다음날인 같은 달 27.에는 07:00경부터 17:00경까지 위 농장에서 지름 약 10㎝, 길이 3~4m, 무게 30~40㎏ 정도의 조경수를 굴취한 다음 다른 인부들과 함께 운반하여 차량에 상차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다시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되돌아와 같은 날 22:00경 취침하였으며, 그 다음날인 같은 달 28.에는 08:00경부터 18:00경까지 충남 광천에서 올라온 조경수를 하차하여 식재하는 작업을 한 후 취침하였다.
망인은 그 다음날인 같은 달 29.에는 07:00경부터 09:00경까지 대구에서 올라온 단풍나무의 하차 및 식재 작업을 하다가 비가 내려 더 이상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퇴근하였다.
(바) 한편 ○○조경은 망인을 비롯한 일용직 조경인부들에게 노임을 체불하는 경우가 있었고, 망인의 경우 사망 당시 가불금 130만 원을 공제한 437만 원(81일분)의 노임이 체불되어 있었는데, 망인의 사망 후인 2001. 7. 10.경에야 망인의 장녀인 소외 송○희에게 지급되었다.
(2) 망인의 건강 상태 및 생활 습관
(가) 망인은 1942. 2. 19.생의 남자로서 사망 당시 59세 남짓이었고, 1980. 3. 20.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서 좌측측두부ㆍ두정부 아급성 뇌경막하 혈종으로 두개골 성형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술 받은 적이 있으며, 그 무렵부터 고혈압 증상이 나타나 혈압강하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여 왔으나, 1988. 2. 21. 보라매병원에서 본태성 고혈압, 비(鼻) 출혈, 비인후종양의 진단을 받고, 같은 날부터 같은 해 9. 22.까지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았으며, 그 이후에도 혈압강하제를 계속 복용하여 왔다.
(나) 망인은 이 사건 공사를 하는 동안 어깨와 다리, 허리 등의 통증이 심하여 10일에서 보름 정도의 간격으로 약국을 방문하여 매번 5일분 정도의 통증을 완하시키는 약을 구입하여 복용하였다.
(3) 망인의 사망 경위 및 원인
(가) 망인은 2001. 6. 29. 09:0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조경수의 식재작업을 하다가 비가 내려 작업을 중단하고 퇴근을 하여, 같은 날 11:30경 귀가한 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같은 날 17:00경 구토를 하면서 두통을 호소하여 곧바로 영등포병원으로 후송되어 우측기저핵 부위 뇌실질출혈 및 뇌실출혈의 진단을 받고 개두술 및 혈종 제거술을 시술 받는 등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해 7. 4. 08:00경 선행사인 우측기저핵 거대 뇌실질출혈, 뇌실출혈, 중간선행사인 뇌부종, 선행사인 연수마비,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다.
(나) 뇌출혈은 뇌 속의 동맥이 파열되어 혈액이 뇌실질 내로 흘러 들어감으로써 뇌세포가 그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질병으로서, 일반적으로 고혈압, 당뇨, 장기간의 흡연, 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뇌동맥경화증이 있다가 갑자기 오르는 혈압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혈관수축이 발생할 때 발생하고,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으면 고혈압의 자연경과를 악화시킴과 아울러 급격한 혈압의 상승을 초래하여 뇌출혈을 유발시킬 수 있다.
다. 판 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근무환경,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망인이 고령의 나이에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일용직 조경인부로 근무하던 중 뇌출혈로 사망하였는데,
망인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일용인부로서 식재작업을 할 때에는 물을 주는 업무를 담당하였으나, 식재할 나무의 굴취와 상ㆍ하차 등의 힘든 작업은 다른 인부들과 동일하게 하였던 점,
뇌출혈이 발병하기 전인 2001. 6. 26.부터 같은 달 29.까지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충남 광천 농장을 오가느라 이동하는 차량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자택으로 귀가하지 못하고 외지에서 숙박을 하는 등으로 인하여 피곤이 누적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조경작업은 그 특성상 나무를 심기에 알맞은 4월부터 6월 사이에 주로 많이 이루어지고, 일용노동의 특성상 언제 일거리가 떨어질 지 모르므로 일이 있을 때에는 힘이 든다고 하더라도 무리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점,
이 사건 공사 무렵 약을 복용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였던 점,
망인은 2001. 2.경부터 ○○조경에서 다시 일하기 시작하였는데, 망인이 사망하기까지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81일분에 해당하는 노임을 받지 못하여 생활비가 부족하여 상당한 곤란을 겪었던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업무상의 과로ㆍ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존질환인 고혈압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됨으로 말미암아 뇌출혈이 유발ㆍ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관여법관】
박국수(재판장), 최승록, 박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