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뇌출혈·심근경색)결정례.판례/심장질환 · 심근경색 판례.결정례

[산재처리]건축자재수리업체 근로자가 “확장성심근증” 진단

산재박영일노무사 2009. 5. 24. 10:37

대법원 2004. 9. 23. 2004두827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판결요지】
원고는 근무한 이래 5년 이상 특별한 작업환경의 변화 없이 계속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였고, 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한 적이 없으며, 근무시간의 작업량도 평소에 비해 많지 않았고, 평소의 업무량도 동종업종의 근로자에 비하여 중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확장성 심근병증은 그 발병 후 5년 이내에 약 70%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병인데, 원고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아니하고 진단을 받은 후 4년 5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 발병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기존 심장질환에 대한 치료를 게을리 하여 업무와 관계없이 기존 심장질환이 자연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당 사 자】원고(상고인), 김○순 피고(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 문】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원심판결】대구고법 2004. 7. 2. 선고 2003누1661 판결

【주 문】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1.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경북 청도읍 ○○리 442에 있는 ○○산업에서 근무하던 중 2002. 1. 29. 15:25경 위 ○○산업 작업장에서 건축자재인 합판과 각목에서 컴프레서를 이용하여 못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실신을 하여, 청도대남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조치를 받은 후,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입원하여 진찰을 받은 결과, 확장성심근병증 및 무산소성뇌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진단을 받았다.
나. 원고는 2002. 2. 16.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라는 이유로 요양신청을 하였고,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2. 4. 24. 원고에 대하여 요양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발병 전후 특별한 업무내용이나 업무량에 변화없이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에 비추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중고건축자재의 수리 및 재생업무를 상당기간 동안 계속함으로써 얻게 된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어 이 사건 상병의 증세가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2002. 1. 초순경부터 혹한기라는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와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기존에 발생한 증세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그러므로 과연 이 사건 상병이 원고가 중고건축자재의 수리 및 재생업무를 하는 동안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는 등 열악한 작업환경이나 업무상의 과로 등으로 인하여 발병하고 악화되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2호증, 제5호증, 제8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손○순 및 당심 증인 김○호의 각 일부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오히려 갑 제4호증의 1 내지 9, 제6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1 내지 4, 제5호증, 제6호증, 제7호증의 기재와 영상, 원심증인 손○순 및 당심증인 김○호의 각 일부 증언 및 원심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이○성, 이○덕교수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당심법원의 영남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의 경력 및 업무내용
1) 원고는 1995. 3.경부터 중고건축자재 수리 및 재생업체인 ○○산업에서 상용직 근로자로 근무하였는데, 건설현장에서 거푸집의 용도로 사용한 합판과 각목을 재활용하기 위하여 합판 등에 박혀있는 못을 빼는 작업과 쇠로 된 사각형의 틀(샷보드)에 두께 약 12mm의 합판을 리벳 못으로 고정하여 만드는 무게 25㎏ 가량의 유로폼에 리벳 못을 박는 작업을 담당하였다.
2) 원고가 담당한 업무의 내용은 하루에 100개 정도의 각목과 합판에 박혀있는 못 1,000 내지 2,000개를 빼는 작업과 400장 정도의 유로폼에 1장당 12개의 리벳 못을 박는 작업으로, 각목과 합판의 못을 제거하는 작업은 작업장에서 앉아서 기계를 이용하여 자동으로 각목과 합판에 박힌 60%정도를 먼저 뽑아낸 후 다시 도구를 이용하여 손으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고, 유로폼에 리벳 못을 박는 작업은 ○○산업의 남자 근로자들이 유로폼을 작업대레일 위에 수직으로 올려놓은 다음, 드릴로 합판에 구멍을 뚫어놓으면 원고를 비롯한 2명의 여자근로자가 리벳 못을 박는 것으로, 주로 작업대에 서서 작업을 하였으며, 드릴을 이용하여 유로폼에 구멍을 뚫거나 작업과정 중에 유로폼 등을 뒤집거나 작업을 마친 유로폼을 적재하는 작업은 통상의 경우 남자근로자들이 주로 담당하였다.
3) 원고의 근무시간은, 동절기에는 08:00부터 17:30까지이고, 하절기에는 08:00부터 18:00까지이며, 중식시간은 12:00부터 13:00까지이고, 오전․오후에 30분씩 휴식시간을 가졌으며, 1달에 1회 내지 2회 정도 2시간 내지 3시간 가량 연장근무를 하였으나,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당시는 동절기라서 업무량이 많지 않아 연장근무나 휴일근무를 하지 않았고, 다른 때와 비교하여 업무량도 많지 않은 편이었으며, 동절기에는 작업장에 장작불을 피워두고 불을 쪼이면서 작업을 하였다.

(나) 원고의 건강상태
원고는 1951. 7. 25.생으로 이 사건 상병을 입을 당시 50세 6개월 남짓된 사람으로, 1997. 8. 20경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이 사건 상병 중 하나인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1998. 7. 23.까지 심근수축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아왔으나, 그 이후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아니하였다.

(다) 의학적 소견
1) 심근병증이라 함은 심장근육에 구조적 혹은 기능적으로 이상이 있는 상태를 총칭하여 일컫는 것으로 그 발병원인은 바이러스감염, 각종 약물에 의한 심근소실, 허혈성 심질환의 결과,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심장질환, 유전적 원인 등 다양하다. 또한 심근병증은 확장성 울혈성 심근병증, 비후성 심근병증, 제한성 심근병증으로 구분되고, 그 중에서 확장성 울혈성 심근병증은 심실의 확장과 수축기능 저하가 주된 증세로 심부전을 일으키는데, 치료를 받지 않는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의 예후는 좋지 아니하여 약 70%의 환자가 발병 5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피고 자문의는, 원고의 업무내용을 조사한 바 과로로 인정하기 어렵고 작업환경의 변화가 없었던 점 등으로 보아, 기존질환인 확장성 심근병증의 자연 발생경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어,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의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3)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이○성, 이○덕 교수는 심근병과 관련한 일반적인 의학적 사실과 원고가 이 사건 상병 이전에 수 년 동안 업무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 원고 업무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3) 업무상 재해에서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고, 그 입증의 방법과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의 입증은 있어야 하고, 이와 같은 추단은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당해 질병의 발병 원인에 대한 의료계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판단된다.

(4)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산업에서 근무한 이래 특별한 작업환경의 변화 없이 계속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였고, 이 사건 상병을 입을 무렵 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한 적이 없으며, 근무시간의 작업량도 평소에 비해 많지 않았고, 평소의 업무량도 동종업종의 근로자에 비하여 중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이 사건 상병 중 확장성 심근병증은 그 발병 후 5년 이내에 약 70%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병으로 특히 치료를 받지 아니할 경우 그 예후가 좋지 아니한데, 원고는 1998. 7. 23. 이후부터 위 확장성 심근병증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아니한 점, 원고가 위 확장성 심근병 진단을 받고 4년 5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점, 이 사건 상병시점이 겨울철이고 작업장소가 야외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와 같은 형태의 근무를 5년 이상 지속하였고 또한 작업장에 장작불을 피워두고 불을 쪼이면서 작업을 해왔으므로, 위와 같은 형태의 근무로 인하여 원고의 신체의 평형상태가 깨졌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기존 심장질환에 대한 치료를 게을리 하여 업무와 관계없이 기존 심장질환이 자연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다.

(5)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에 대한 요양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이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장윤기(재판장), 이윤직, 남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