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0. 3. 23 2000두130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판결요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사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두13287 판결 등 참조)
나.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발생원인이 의학적으로 업무상의 과로와 무관하거나 객관적으로 업무상의 과로로 인하여 유발 또는 악화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가 없다고 할 것임(대법원 1999. 2. 9. 선고 98두15962 판결 등 참조)
【당 사 자】원고(피상고인), 손○○
피고(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1999. 12. 2. 선고 99누9751 판결
【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원고의 남편인 소외 채○○가 1988. 5. 1.부터 서울○○병원에 채용되어 흉부외과 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7. 11. 4. 사망한 사실, 위 병원 흉부외과는 1993년에 330건, 1994년에 236건, 1995년에 223건, 1996년에 240건, 1997년에 10월까지 155건의 수술을 시행하였고. 그 기간동안 근무한 전문의의 수는 망인을 포함하여 1인 내지 3인이었는데, 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 수술 중 간단한 폐절제술은 1~2시간 내에 끝나지만 대부분의 폐수술 및 심장수술은 6~8시간이 소요되고 의사는 수술 후에도 회복실에서 장시간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여야 하는 사실, 망인은 통상 07:30 전후에 출근하여 전공의들과 회의를 하고 수시로 전공의들의 논문지도를 한 사실, 1995년 말경 병원장으로 취임한 박○○이 다른 병원의 의사를 불러들여 망인의 소관인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도록 하고 당직 도중 술을 마신 레지던트의 처리문제로 망인과 의견대립을 보이다가 급기야 1997. 7. 23. 망인에게 사직을 권고하는 통보를 하는 등 병원장과 망인과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자, 망인은 1997. 7. 31. 사직일자를 같은 해 10. 31.로 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사직일자까지도 망인의 후임자가 구하여지지 아니하여 같은 해 11. 1.부터는 일용으로 위 병원에 근무하였던 사실, 망인은 입사할 당시에는 특별한 질환이 없었지만 1989년부터 간지수가 상승하는 등 만성간염의 증세를 보이다가 1995. 4. 10.부터 같은 18.까지 만성간염의 급격한 악화(만성피로감과 전신쇠약)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심장질환의 의심이 있었으나 정밀진단을 하지 않아 확진이 되지는 아니하였고, 다만 망인은 위 입원 이후 1997. 10. 28.까지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이뇨제(Lasix) 처방을 받은 사실, 망인은 1997. 11. 4 15:20경 위 병원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후 야마테탄(세파계 항생제) 1 바이알(vial, 1.0g)의 정맥주사를 맞았는데, 그 직후부터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구토증세를 보이고 식은땀을 흘리는 바람에 응급실로 옮겨 산소호흡기를 연결하였으나, 15:30경 의식이 혼미하여지면서 호흡이 약해지고 청색증이 나타났는바, 이에 응급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개흉심폐소생술까지 시행하였음에도 회복되지 못하여 19:30경 사망한 사실, 위 개흉심폐소생술시 심장하벽의 수축력이 감소되어 있는 상태가 확인되었고, 망인에 대한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과민성 쇼크(추정)’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은, 위와 같은 망인의 근무 내용 및 근무 형태, 병원장인 박○○과의 갈등 내용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과로 상태에서 박○○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과로와 스트레스는 망인의 기존 질환인 허혈성 심장질환을 악화시켰다고 할 것인바, 망인의 사망은 이와 같이 심장질환이 악화된 상태에서 투여받은 항생제 쇼크로 말미암아 발생한 심근경색 때문이라고 보여지므로, 망인의 사망이 최종적으로는 항생제 쇼크로 유발되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는 망인의 사망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이 인용한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 사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두1328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기존 질환이라는 허혈성 심장질환은 1995년의 입원 당시에도 확진된 바가 없었음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박○○이 병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에 실시된 1996년과 1997년의 건강진단에서 모두 정상판정을 받았고(을 제9호증의 1, 2), 주사로 인한 쇼크가 있기 전까지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상태(서울○○병원장의 사실조회회보)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속한 흉부외과의 수술 횟수는 망인이 사망할 당시까지 상당히 줄어들어 있는 데다가 그 가운데 관상동맥우회술은 망인이 아닌 외부의 의사가 와서 이를 시행하였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사망할 무렵 사직에 따라 업무를 정리하면서 기존의 수술환자의 경과를 지켜보는 등 평소보다 그 업무량이 적었던 사실, 사망 당일에도 근무시간 중에 위 병원 치과를 이용하여 사적으로 치료를 받았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망인에게 그 판시와 가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기존질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중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제1심이 내세우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의 사망 당시 이러한 기존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망인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발생원인이 의학적으로 업무상의 과로와 무관하거나 객관적으로 업무상의 과로로 인하여 유발 또는 악화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가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9. 2. 9. 선고 98두1596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망인에 대하여 개흉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이○○의 증언을 기초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사망진단서의 기재와는 달리 심근경색으로 보고 있는 듯하지만, 위 증언 내용에 의하면, 이○○은 망인의 가슴을 일부만 열고 보았기 때문에 심장의 전체를 볼 수 없었고, 망인의 심장 상태는 심근염에 의한 심부전이나 협심증의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는 등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음에 불과하므로, 이로써 망인의 사인을 심근경색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며,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페니실린계 및 세파계 항생제는 100만명 중 1명의 빈도로 과민성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고, 이는 약제에 대하여 항체가 생긴 뒤에 항원항체 반응에 의하여 여러 혈관운동에 관여하는 물질이 급속히 만들어져 혈관 이완 등의 인체반응을 초래하여 혈압이 하강하는 쇼크로 발전하는 것인데, 망인의 경우에도 세파계 항생제인 야마테탄을 주사한 후 어지러움, 식은땀, 구토 및 저혈압 등의 과민성 쇼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났던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업무상의 과로나 스크레스와는 무관하게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명백히 드러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내세우는 과로나 스트레스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인정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가은 이유만으로 망인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와 망인의 사망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대법관 조무제(재판장) 김형선(주심)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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