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은 모양이 길고 가느다란 섬유조직으로 돼 있어 공기 중에 먼지 등의 형태로 떠다닙니다. 이 먼지가 인체에 들어오면 사람의 폐에 박히게 됩니다. 마치 크기가 미세하게 작은 바늘 같은 것이 폐에 박힌다고 보시면 됩니다.
석면폐는 석면이 쌓여 폐가 딱딱하게 굳고 하얗게 변하는 증상입니다. 석면 먼지를 장기간 많이 들이마시면 진폐증처럼 폐가 섬유화돼 호흡곤란을 일으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산업안전 보건청(OSHA)도 석면을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종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경제개발이 한창인 1970년~1980년대에 석면이 많이 사용됐다. 석면은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단열효과가 탁월해 단열재와 보온재, 슬레이트, 방화재 등으로 사용돼 왔다. 또 배관용 파이프 피복재와 방음재, 방화복,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램프 심지로도 이용됐다.
정부는 2007년 석면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을 해체하거나 제거할 때 반드시 작업자의 건강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건축자재용 및 자동차용 석면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올해부터는 석면제품의 제조와 수입, 사용이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최근 1970년대에 지어졌던 건물들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석면이 날리면서 또다시 '석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석면에 노출됐던 근로자들이나 인근 주민들에게 석면질환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피해보상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2005년 '석면구제법'을 제정하고 석면 피해를 입은 근로자와 인근 주민을 구제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덕정마을에 사는 이아무개(43·여)씨는 5일 “석면 가루가 마루, 장독대에도, 널어놓은 빨래에도 뽀얗게 내려 앉았다”며 어릴 때 기억을 더듬었다. 덕정마을 인근에선 아시아 최대 규모 백석면 광산인 광천광산이 1980년까지 운영됐다.
석면광산에서 날아온 석면 가루가 마을 주민들에게 석면 관련 질환을 일으킨 사실이 환경부 용역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안연순 동국대 교수(산업의학)는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와 은하면 화봉리, 보령군 청소면 정전2리와 오천면 교성2리 등 석면광산 3곳에 인접한 마을 4곳과 대조지역인 광천읍내 등 5곳의 주민 215명 가운데 정밀 검사에 응한 33명을 컴퓨터 단층(CT) 촬영을 해 보니, 대부분에게서 석면폐증 등 석면 노출에 따른 질환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석면 질환으로 진단된 사람의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안 교수는 “석면광산에서 1㎞ 이상 떨어진 주민들에게까지 석면폐증이 관찰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의 석면폐증 진단자 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다”며 “4월까지 추가 정밀조사를 벌여 정확한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동네를 덮었던 하얀 가루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몰랐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덕정마을 노인회장 이경석(81)씨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등 마을에 잔기침을 하다 세상을 뜬 분들이 많다”며 “정부가 지하수와 땅 오염 조사, 주민 치료, 보상 등 서둘러 대책을 세워 달라”고 말했다.
석면은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석면암을 일으킬 수 있어, 채광부터 석면 제품의 제조·사용·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광범위한 건강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석면광산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석면광산은 없으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충남 홍성·보령·서산·청양, 경기 가평, 경북 영풍, 강원 영월·홍천 등 전국 21곳에서 석면광산이 운영됐다.
홍준석 환경부 환경전략실장은 “석면광산 작업자와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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