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998.9.17. 선고 97구51270 판결. 대체보험급여부지급처분취소.
【판결요지】
망인이 비록 사망하기에 앞서 2차례의 휴직을 하고 비교적 업무강도가 약한 부서에서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만성신부전에 의한 요독증, 고혈압, 1993. 4.경에 발병한 뇌졸증 등이 완치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던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으로 보아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업무수행으로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는 과중한 업무였다 할 것이고, 이러한 피로가 누적됨으로 인하여 위 망인의 기존질병인 만성신부전증을 일반적인 자연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시켜 사인이 된 뇌출혈을 유발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참조판례】
대법원 1998.8.27. 93누5437 판결 참조
대법원 1993.4.13. 92누17181 판결 참조
대법원 1993.8.27. 93누5437 판결 참조
대법원 1997.5.28. 97누10 판결 참조
대법원 1992.5.12. 91누10466 판결 참조
【당 사 자】 원고 정리회사 ○○자동차 주식회사의 관리인 류○○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 문】
1. 피고가 1997. 3. 20. 원고에 대하여 한 대체지급보험급여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본안전 항변으로서, 이 사건 유족급여 등의 수급권자인 소외 이○○가 피고에게 유족급여 등 지급청구를 하였다가 기각되었고, 재심사청구 및 이에 따른 행정소송은 재심사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되어 확정되었기 때문에 피고가 수급권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할 사유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할 것이고, 따라서 소외 ○○자동차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 1998. 4. 15.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소외 회사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고, 원고가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가 수급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에게 체당하여 지급한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행정처분이나 행정심판 재결이 불복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확정될 경우 그 확정력은 그 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은 자가 당해 처분이나 재결의 효력을 더 이상 다툴 수 없다는 의미일 뿐, 더 나아가 판결에서 인정되는 기판력과 같은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법률적 판단이 확정되고, 당사자들이나 법원이 이에 기속되어 모순되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8. 27. 선고 93누5437, 1993. 4. 13. 선고 92누178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수급권자인 소외 이○○가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여 불승인처분을 받고 심사청구를 하였다가 기각되었고, 재심사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재심사청구 및 이에 따른 행정소송이 모두 각하되어, 확정된 사실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으나, 소외 이○○에 대한 위 유족급여지급 거부처분이 재심사청구기간의 도과로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족보상금 청구권이 없다는 내용의 법률관계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그 후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상의 유족보상금등청구소송을 당하여 패소함에 따라 이를 지급하였다면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1995. 4. 15. 대통령령 14628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와 같다) 제35조 소정의 『사업주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의한 보험급여의 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수급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경우로서 당해 금품이 보험급여를 체당하여 지급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위 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누5437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가 수급권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할 사유가 부존재하여 원고의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그 이유가 없다.
2.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 갑 2, 3호증의 각 1, 2 갑 4, 5호증, 을 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소외 회사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을 고용하여 자동차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고, 소외 망 한○○(1947. 4. 7.생)는 소외 회사 차축과에서 차축용접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었다.
나. 위 망인은 1994. 4. 13. 소외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한 후 같은 날 19:13경 자택에서 쓰러져 안양에 있는 중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같은 16. 20:12경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고혈압의 악화에 따른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다. 이에 위 망인의 처인 소외 이○○는 위 망인이 과중한 업무에서 누적된 피로로 말미암아 뇌출혈이 발생하여 갑자기 사망하였으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994. 5. 31. 부천지방노동사무소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부천지방노동사무소는 1994. 6. 3. 위 망인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다(노동장관의 위임을 받은 부천지방노동사무소장의 행위는 법률 제4825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법률 부칙 제7조에 따라 1995. 5. 1.부터 피고가 행한 것으로 보게 되었다, 이와 같다).
위 이○○는 이에 불복하고 1994. 8. 3. 노동부 산재심사관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역시 업무외 재해라는 이유로 1994. 9. 5. 심사청구가 기각되었고, 1994. 11. 10. 노동부 산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이번에는 재심사청구기간이 도과되었다는 이유로 재심사청구가 각하되었으며, 다시 서울고등법원에 같은 법원 95구5730호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의 소를 제기 하였으나, 1995. 9. 21. 전심절차인 위 재심사청구기간 도과를 이유로 위 소가 각하되었다.
라. 그러자 위 이○○는 위 망인의 사망을 원인으로 하여 소회 회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5가합21182호 유족보상및장사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1996. 6. 19. 위 한○○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확정한 다음, 소외 회사는 위 이○○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로 합계 금 61,977,07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따른 소외 회사와 위 이○○는 1996. 12. 27. 소외 회사가 위 이○○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포함한 합계 금 146,129,420원을 체당하여 지급하고, 위 이○○는 소외 회사에게 피고로부터 지급받게 될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구비하여 소외 회사에게 제출하고 그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소외 회사는 위 이○○에게 위 약정 금원을 지급하였다.
마. 소외 회사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위 한○○의 유족에게 피고가 지급하였어야 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등을 원고가 대신 지급하였다며 그 보험급여 지급을 구하는 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위 이○○에 대한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이 재심사청구기간의 도과로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소외 회사의 신청을 거절하는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관계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은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위 법 시행령 제35조는 사업주가 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지급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수급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경우로서 당해 금품이 보헙급여를 체당하여 지급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에 사업주가 그 해당 금액을 노동부장관으로부터 지급받고자 할 때에는 보험급여의 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미리 지급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 노동부장관에게 청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사실관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및 갑 6호증의 1 내지 35의 각 기재에 별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위 망인은 1973. 4. 7.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차축과 등에서 차축용접 등의 작업을 수행하여 왔는바, 위 용접작업은 일주일 단위로 주■야간이 바뀌는 1일 2교대의 작업으로서 주간근무의 경우는 08:30경부터 19:30경까지, 야간근무의 경우에는 20:30경부터 다음날 17:30까지 작업을 하여야 하는데다가 콘베어 작업에 의한 연속공정작업이어서 쉬는 시간을 거의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격무였고, 위 용접 작업으로 발생하는 독한 가스로 말미암아 실내공기가 탁하여 근무환경 또한 쾌적하지 못하였다.
(2) 위 망인은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할 당시는 건강상태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 1981.경에 이르러 소외 회사가 시행한 정기건강진단결과 신장질환 의심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어 추가로 실시한 건강진단결과 신장질환으로서 전문의의 진찰과 저염식이요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게 되었으며, 1992. 5. 1.부터 구동부 가공1반으로 옮겨 근무하게 되었으나 계속되는 과중한 업무로 1992. 8.경에 실시한 정기건강진단결과 신장염, 고혈압(150/90mmHg)의 진단과 함께 근무 중 치료를 요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3) 위 망인은 이러한 상태에서도 계속하여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여 오던 중 1993. 4. 8. 근무도중 뇌졸증으로 오른손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 같은 날부터 같은 해 6. 9.까지 2개월동안 휴직하고 치료를 마친 다음 소외회사에 다시 출근하여 정상적인 근무를 하였으나, 1993. 11. 15. 만성 신부전증이 악화되어 인공투석치료를 받기 위하여 다시 같은날부터 같은 해 12. 15.까지 1개월동안 휴직하였다.
(4) 위 망인이 다시 복직한 후 소외 회사는 망인을 구동부 개선반으로 전보발령하여 생산라인의 보조 업무를 수행하게 하여 위 망인의 업무를 덜어 주었고, 1994. 3. 2.에는 위 망인의 현장 복귀 요청에 위하여 위 망인을 작업강도가 비교적 낮은 구동부 제1치차반에 발령하여 위 망인은 같은 날부터 위 제1치차반에서 TIG-200공정의 DIFF PINLON 내경연삭작업을 수행하게 되었는바, 위 내경연삭작업은 라인시스템에 의한 연속공정작업이고 2대의 기계를 이영하여 작업을 하던 것인데 위 망인의 전보발령 이후 1994. 4. 4.까지 1대의 기계의 고장으로 물량이 확보되지 아니하여 위 망인은 1994. 3. 한달동안 정상근무이외에 34시간의 연장작업을 하게 되었으며, 1995. 4. 6.이후 위 망인이 뇌출혈로 쓰러진 같은 달 13.까지는 14시간의 연장작업을 하게 되었다.
(5) 위 망인은 같은 달 13. 위 연삭작업 중 제품치수가 공차에서 크게 벗어나고 내경흑피가 많이 발생하여 숫돌을 자주 교환하는 등 평소보다 신경을 많이 쓴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가 퇴근한 후 같은 날 19:30경 자택에서 쓰러져 안양에 있는 중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고혈압의 악화에 따른 뇌출혈로 같은 달 16. 20:12경 위 중앙병원에서 사망하였다.
(6) 만성신부전증은 일반적으로 당뇨 등 대사질환, 사구체신염등의 질환, 고혈압 등의 질환, 고혈압 등의 맥관계 질환, 다발성 신낭종 등의 낭종 질환, 기타 신뇨관계의 구조적 이상 등에 의하여 발생하고, 뇌출혈은 고혈압, 뇌혈관 기형, 두부 손상, 뇌종양 등이 주요 요인이 되어 발생하는데, 만성신부전은 진행하면서 고혈압을 유발시키고 심한 고혈압은 위와 같이 뇌출혈을 유발시키는 한 요인이 된다. 또한 육체적, 정신적인 과로나 스트레스가 만성신부전을 유발시키는지의 여부는 분명하지 않으나 기존질병인 만성신부전증을 악화시키고 다른 요인과 복합하여 뇌출혈을 유발시킬 여지가 많다고 한다. 한편 소외 회사의 구동부 제1치차반의 업무는 그 내용이 비교적 가벼운 편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나 위 망인은 1993. 4. 8. 뇌졸증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우측 팔다리의 거동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이와 같은 업무의 수행에도 쉽게 심신의 피로를 느껴왔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 재해가 되기 위하여는 업무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업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1997. 5. 28. 선고 97누10판결 참조). 이 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 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의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466 판결 참조).
(2)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위 망인이 비록 사망하기에 앞서 2차례의 휴직을 하고 비교적 업무강도가 약한 부서에서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만성신부전에 의한 요독증, 고혈압, 1993. 4.경에 발병한 뇌졸증 등이 완치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던 위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으로 보아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업무수행으로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는 과중한 업무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피로가 누적됨으로 인하여 위 망인의 기존질병인 만성신부전증을 일반적인 자연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시켜 사인이 된 뇌출혈을 유발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3) 또한 앞서 본 소외 회사의 위 이○○에 대한 유족보상금등 지급 경위를 살펴 보면 소외 회사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보험급여 수급권자인 위 이○○에게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급원을 미리 지급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정리회사인 소외 회사의 관리인의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 제35조에 따른 소외 회사가 체당하여 지급한 보험급여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가 체당하여 지급한 보험급여의 청구를 거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 판사 이종욱(재판장), 강일원, 유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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