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뇌출혈·심근경색)결정례.판례/뇌출혈 · 뇌경색 판례.결정례

[산재보상]농업연구사가 뇌종양으로 사망한 경우 공무상 질병에 해당 여부

산재박영일노무사 2009. 5. 31. 20:18

서울고등법원 제11특별부, 1995. 7. 11. 판결 94구15051. 인용

【사건명】 유족급여부지급처분취소.
【판시사항】
농업연구사가 뇌종양으로 사망한 경우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정신노동이 요구되는 농업진흥청 소속 농업연구사로서 무리한 근무를 거듭하다 과로가 누적되고 지속적 스트레스를 받은 결과 뇌종양이 발병, 그로인하여 뇌연수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사례.
【참조조문】
공무원연금법 제51조 제1항.
【참조판례】
【당사자】
원고 김○○.
피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원심판결】
1995. 7. 4.
【주문】
피고가 1993년12월8일자로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지급청구부결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은 판결(다만 원고는 취소를 구하는 행정처분을 「유족급여부지급처 」으로 표시함).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호증의 1, 2, 갑제3호증의 1, 2, 3, 12, 을제1, 2, 3, 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안○○의 증언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없다.
가. 소외 망 유○○은 1987년1월8일 제9회 농업연구직(농업) 특별채용시험에 합격하여 같은 해 2월 14일, 농촌진흥청 소속 농업연구사시보로 임용된 이래 농업연구사로서 재직하면서 1992년1월1일부터는 농업기술연구소 곤충과에 근무하였는데, 1993년8월16일 2일간의 일정으로「수도해충종합관리 현지포장조사」를 위하여 충남지역에 출장을 나갔다가 같은 날 12시40분경 충남 당진읍에 있는 음식점에서 동료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 입에 거품을 문 채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뒤로 쓰러져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나. 그 당시 함께 있던 일행들이 위 망인에 대하여 허리띠를 풀고 몸을 주무르는등 응급조치를 하였으나 위 망인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같은 날 12시50분경 인근에 있는 당진내과의원으로 호송되었다가 같은 날 15시30분경 의식을 회복한 후 여러 병원을 거쳐 1993년8월19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고려병원에서 최종적으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뇌종양(좌측 두정엽)으로 진단되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같은 달 28일 위 병원에서 제1차 개두술을 시행하여 3-2.5㎝ 크기의 핍지교종을 발견하고 우선 그 일부를 절제를 하였으나 조직검사결과 악성종양임이 밝혀지자 같은해 9월24일 제2차 수술을 시행하여 대부분의 종양을 제거하였음에도 수술후 1주일이 경과하면서부터 급속도로 진행되는 뇌부종이 발생하여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해 10월10일 중증뇌부종으로 인한 뇌연수마비로 사망하였다.
다. 이에 원고는 위 망인의 배우자로서 피고에게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공무상 질병으로 위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위 망인이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는 특수한 직무를 수행하였다거나 통상의 업무처리에 요구되는 정도 이상의 심한 정신적.육체적 과로상태가 지속되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다소 과로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뇌종양의 발병 원인이 불명한 사실에 비추어 적어도 공무수행이 뇌종양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1993년12월8일자로 위 급여의 부지급을 결정,통지(이하「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아래 각 사실은 갑제2호증, 갑제3호증의 1 내지 37, 갑제5, 6호증, 을제4호증의 1 , 2의 각 기재와 증인 안○○, 이○○의 각 증언 및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위 고려병원장의 회보결과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없다.
(1)위 망인은 임용초기에는 전북에 있는 호남작물시험장에서 근무하다가 1989 11월13일부터는 시험국 연구관리과에, 1992년1월1일부터는 농업기술연구소 곤충과에서 각 근무하였는데, 연구관리과에서 근무할 때에는 농업진흥청 소속 연구직 공무원 1천여명에 대한 교육 및 연수업무를 담당하면서 인력관리를 위한 전산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과학기술처와 같은 외부기관을 상대로 창구역할을 담당하는 등의 과다한 업무로 인하여 1990년11월 및 같은 해 12월에는 60시간의, 1991년1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사이에는 4백7시간의 각 시간외 근무를 하는 한편, 1989년11월부터 같은 해 12월사이에는 5회에 걸쳐 13일간의, 1990년에는 31회에 걸쳐 47일간의, 1991년에는 36회에 걸쳐 56일간의 각 출장을 나가 서울.경기, 전남.북, 경남.북 일원을 순회하였다.

(2)위 망인이 농업기술연구소 곤충과로 전보된 후에는 「종합방제를 위한 수도군락내 곤충상 조사」라는 연구과제를 받아 1992년에는 전북, 전남, 경남에 있는 각 농촌진흥원의 시험포장에서, 1993년에는 전국8개 시험포장에서 벼농사에 대한 주요 해충의 밀도변동과 천적류의 종류 및 밀도를 조사하였고, 또한 농촌진흥청의 주요사업인 「수도해충종합관리(IPM)사업」의 기획.연락 예산집행 등의 책임을 맡아 이를 추진함과 동시에 국내외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기 위하여 동분서주하였다. 특히 1993년에 이르러서는 본래의 연구사업 이외에도 국제개발계획(UNDP), 국제식량기구(FAO/ ICP)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제협력사업인 「병해충종합관리 기술개발 및 훈련사업」을 담당하여 외국인 전문가와 공조연구를 하기도 하고 해외연수자를 인솔하고 필리핀을 다녀오는 등 한층 그 업무가 가중되었다. 이러한 여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위 망인은 1992년에는 30회에 걸쳐 총89일간의, 1993년에는 발병전까지 18회에 걸쳐 총54일간의 각 출장근무를 하였는데, 출장시마다 대부분 이리, 광주, 진주와 같은 먼 행선지까지 자신이 직접 승용차를 운전하는 바람에 평소보다 피로가 가중되었고, 내근하는 경우에도 자료정리를 위하여 수시로 시간외 근무를 하여 1992년에는 3백24시간의, 1993년에는 2백10시간의 각 초과근무를 하였다.
(3)뇌종양은 일부 유전인자나 발암물질 등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원인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일단 종양세포가 생겨나면 그 성질에 따라 진행속도나 발병부위 및 전이 등의 병태생리학적 양상이 다르고 뇌대사나 면역상태와 같은 뇌의 생리학적 상태에 따라 종양 자체의 크기가 변화하고 종양주위의 정상뇌조직의 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뇌종양의 증세는 일반증세로 두통, 구토, 경련발작 등이 나타나고 그 중에서도 두통은 환자의 80%에게 일찍부터 나타나며 국소증세로 운동마비, 지각마비, 언어장애, 시력장애, 평형장애, 기억력장애 등이 나타난다.
또한 뇌종양 중 위 망인에게 나타난 핍지교종은 통상 그 성장이 느려 위 망인의경우처럼 3■2.5㎝의 크기로 자라는데 약 8.75년 내지 17.5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이다.
(4)한편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 비하여 두뇌 및 신경계에 과부하가 주어져 뇌혈류 및 뇌대사가 증가하고 뇌신경 및 자율신경계에도 긴장상태를 유발하며, 이 때 과로나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뇌 및 신경에 적절한 휴식과 영양공급이 결여되게 되어 결과적으로 뇌혈액순환장애, 신경기능의 불균형 및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신체상의 이상은 임상적으로 고혈압, 뇌졸증, 긴장성 두통, 소화불량, 스트레스성 정신기능장애 등의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적인 경우 면역기능의 장애 및 외부환경에 대한 적응력 저하 등을 동반할 수 있다.
(5)위 망인은 1993년초부터 쉽게 피로를 느끼고 두통을 앓는 때가 많았으며 오른 손에 운동마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그 밖에 언어장애와 기억력 감소 등의 증세가 있었으며, 초진 당시 약간의 뇌부종이 있는 정도였으나 제2차 수술 후 특별한 의학적 원인이 없이 적극적인 치료가 행하여졌음에도 급속도로 심한 뇌부종이 발생하여 수술후 불과 16일만에 사망하였다. 이에 대하여 담당의사는, 핍지교종의 경우 일반적으로 뇌종양의 적출술 후 평균 생존기간은 4 내지 7년 정도이고 종양부위의 부종도 심하지 아니하며 혈관분포도 많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위 망인에 있어서는 장기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뇌혈류와 대사의 과다한 증가, 면역기능 및 저항력의 감소, 적응력 저하등이 초래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뇌항상성의 변화가 수술후 뇌부종의 급속한 진행 및 악화에 간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나. 판단.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위 망인에게 있어서 뇌종양이 발생한 시점 및 그 원인은 분명하지 아니하나 그 자각증세에 비추어 볼 때 1993년 이전에 이미 발병하였다고 볼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집중적인 정신노동이 요구되는 농업연구사로서 무리한 출장근무와 시간외 근무를 거듭함으로써 과로가 누적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뇌대사의 과다한 증가, 면역기능 및 저항력의 감소, 적응력의 저하 등을 일으켰으며 이러한 뇌의 생리적 상태는 기존의 핍지교종을 급속히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에는 뇌부종을 급속도로 진행시켜 결국 직접 사인이 된 뇌연수마비를 일으키는데 간접적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과 공무수행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반대의 입장에서 위 망인의 사망과 공무수행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
재판장 판사 권 성.
판사 박시환, 곽종훈.
【출전】
법률신문판례 제 243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