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보험개발원에서 나온 주장인데 핵심은 정부 기관이 독점 운영하고 있는 산재보험 시장을 민간 보험사에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산재보험의 2007년 기준 법정책임준비금 부족액이 3조644억원에 이르러 앞으로 재정악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민간보험사에 시장을 개방하면서 책임준비금 제도를 개선하고 보험료 산출시 위험을 반영해 재해율이 내려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보험에 독점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재정악화 문제가 민간 보험사의 참여로 해결된다고 믿는 발상은 상식적이지 않다. 보험개발원은 심지어 "재해율이 업종 간 76배, 사업장 규모 별로 6.6배나 차이나는데 이 같은 위험 차이가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아 손해율이 낮은 보험가입자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민간 보험사의 참여로) 재해율이 내려가고 위험이 작은 사업체는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와 서울경제 등이 이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보험개발원의 주장을 인용할 뿐 아무런 비판도 없다. 산재보험의 보험료율은 업종에 따라 다른데 경쟁체제가 되면 재해 위험이 적은 업종의 경우 보험료를 낮춰줄 수 있다는 게 보험 개발원의 주장이다. 이 말은 곧 재해 위험이 낮은 업종은 민간 보험사로 빠져 나가고 위험 업종만 공적 보험에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사회적으로 위험을 공동 부담하는 공적보험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은 산업재해와 거의 무관한데 너무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어서 아까운가? 만약 민간 보험사가 들어와서 보험료를 깎아주겠다며 가입자들을 빼내가면 그 부담은 누가 지게 될까. 그렇다고 과연 산재보험의 재정악화 문제는 해결될까. 언론은 이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산재보험이 부분 민영화된다면 민간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산재 위험이 적은 대기업 사무직, 이른바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을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업종은 오히려 보험료가 올라가거나 아예 보험 가입이 거부당할 수도 있다. 위험률이 올라가면서 산재보험의 재정악화는 오히려 가중될 것이 뻔하다. 산재보험 민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민간 보험사들이다.
보험개발원은 재해율이 올라가면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들이 안전설비를 강화하고 재해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재를 당해도 회사 쪽에서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경우가 흔하고 현행 공적보험 체제에서도 산재 인정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민영화 이후 영리 목적의 민간 보험사들이 들어오고 나면 산재신청이 더욱 어려워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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